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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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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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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00:01

11월 1일 회사 노는날... 뭘 할까, 고민. 가을 단풍의 끝 자락이라도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10월 마지막 주일, 산에 많이 가시는 부장집사님에게 어디가 괜찮은지 여쭤봅니다.
"삼악산 괜찮을 것 같네요. 강촌역에서 버스 타고 등선폭포 입구까지. 산에 오른 후 의암호를 바라보며 춘천 쪽으로 내려와 막국수로 마무리"

월요일 아침, 집사님으로부터 멜이 왔습니다.
"영월의 동강에 있는 잣봉(537미터) 한번 가볼까요?"

영월, 7,8년 전쯤 래프팅하러 간 기억이 있네요. 이번에는 걷기~ 화요일 아침 6시 40분에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기로 약속.

11월 첫날 아침, 집에서 6시 거의 다되어 출발. 지하철에 사람이 꽤 많습니다. 강변역에 도착하니 6시 37분.
매표소 앞으로. '아직 안 오셨나? 원래 항상 일찍 오시는데...' 잠시 기다리다가, 주위를 둘러봅니다. 맞은 편에 표사는 곳이 하나 더 있네요.
30분쯤 도착해서 벌써 표를 끊어 놓으셨습니다.

집사님은 수년 전에, 아직 잣봉이 알려지기 전에 산악회 따라서 와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제가 산에 간다니까 겸사겸사.
평일이라서 그런지 버스에 사람도 별로 없고. 중부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중앙 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아침 겸해서 고구마를 먹습니다. 진안 배넘실 교회를 통해 직거래로 주문한 건데 맛있네요 ^^
9시 10분쯤 영월에 도착. 거운리(문산리)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다섯번 있는데, 8시 50분 버스가 떠나버렸네요.
택시를 탑니다. 동강을 따라서 거운리로. 중간 중간 거리가 낯익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읍내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식당 근처가 되살아납니다.
곤드레나물 정식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그후 몇 년 있다가, 서울에 곤드레나물밥을 파는 체인점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잣봉 가세요? 아침에 안개가 짙었는데, 많이 걷혔습니다. 날씨가 따뜻할 것 같네요"
기사님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으로 갑니다. 주말에는 잣봉을 찾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맛집은, 장릉 근처의 보리밥집, 고씨 동굴 근처의 칡국수 잘하는 집이 있고, 농협 앞 식당의 곤드레나물 정식..."

어느덧 거운리에. 주위가 조용합니다. 탐방안내소에서 잠시 물어보고 길을 따라 갑니다. 이정표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숲내음이 몸을 감쌉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 파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햇빛. 길도 어렵지 않고, 마치 동네 뒷산 마실 나온 정도.
1시간 정도 지났는데, 벌써 능선입니다. 아래로 동강의 풍경이 보입니다. 저 아래 물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네요.
벤치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면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단감과 오이 씹는 소리를 더합니다 ^^
다른 샘들과 함께 왔으면 더욱 좋았겠네요.
강 너머 앞 산의 '근육'이 멋집니다. 집사님 왈, "저 곳에 언제 한번 가보면 좋겠네"

조금더 가니까 전망대가 있습니다. 앞에 나무들이 가리고 있어 조금 답답한 느낌. 하지만, 먼저 자리잡은 나무는 그럴 만한 권리가 있겠죠.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 어라연으로 내려가는 길은 조금 가파릅니다. 길 옆에 줄을 연결해 놓아 내려가기 쉽게 만들어 놓았네요.
어라연 한구비 앞을 볼 수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어라연은 잔잔한 호수 같은데, 앞쪽에서는 어라연에 먼저 닿으려고 하는 경주를 하는지 물의 함성이 가득합니다.

덥네요. 봄날 같습니다.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안 집사님이,  바깥 집사님을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 점심을 싸 주셨다네요. 숟가락 하나 얹져 봅니다. 오징어 & 버섯 무침, 오이 소백이, 양파절임... 넘넘 맛있네요.
잠시 쉬었다가 어라연 쪽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부터는 강을 따라 걷습니다. 맑은 물, 기묘한 바위, 모래사장... 물길에 둘러싸인 나름 '섬'에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들... 래프팅할 때 잠시 들려 쌓았을까요?
물 위에 비단자국을 내던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져 신선도 떠나고 물고기들도 떠났을까요? ^^;
물을 따라 한 구비 따라 돌자 돌밭이 나옵니다. 물에 씻기며 자기만의 얼굴을 드러낸 돌들.
수석(水石)이 취미인 집사님이 돌들 사이를 헤매이며 '슈스케'의 주인공을 찾아봅니다. 몰입~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은 수석 매니아에게는 '어불성설'이겠죠 ^^
저보고도 한번 찾아 보라고 권하시네요. 하지만 저의 눈길은 물과 바위와 나무에 머뭅니다.

흐르지 않은 듯이 보이던 물이 앞쪽에서 다시 큰 소리와 함께 흰 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아 봅니다. 큰 물소리 주위로 여린 물의 선율이 뛰놉니다.
다시 평온한 호수로 변한 물의 흐름.

산길 가까이로 갈대밭이 있습니다. 빛바랜 갈대 사이에 말 그대로 은빛 물결을 이루는 갈대가 있습니다. 햇빛과 하나된 모습, 와~
물길이 깎아낸 맞은편은 절벽에 가깝네요. 녹음에 둘러싸인 신비한 공간... 저곳에선 신선노름을 해도 좋을 듯~
어느덧 돌길의 이어짐은 끝나고 길 위에 산 곁의 길에 오릅니다. 잠시 쉬면서 사과로 입을 적십니다.
뒤에서 사람들의 소리. 산악회에서 온 모양이네요. 어라연 둘레길을 시작한 후 처음 보는 사람들입니다.

길을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왔습니다. 영월로 나가는 버스 시간까지 4,50분 정도 남았습니다.
탐방안내소에 있는 영월군 소개 자료를 하나 가져옵니다.
그러고보니 영월이 영화 '라디오 스타'의 무대였네요. 촬영 장소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서강쪽에는 단종이 유배생활을 했던 청령포, 한반도지형 모양으로 알려진 선암마을 등등이 보이고.
북서쪽으로는 다하누촌으로 알려진 주천이 눈에 띕니다.

앞에 보이는 학교를 잠시 구경. 봉래초등학교 거운 분교. 넓은 운동장, 작은 학교 건물.
그늘에서 잠시 쉬려는데, 단풍나무가 눈에 띕니다.
새빨간 단풍, 그 아래 서면 마치 그 빛깔에 물들 듯한 느낌. 이런 빨강을 언제 봤더라... 아득~
교실 가까이 가봅니다. 교실 창문이 열려 있고, 열 개 남짓한 의자. 옆 교실에서는 방과후 학습을 하는 듯.

버스를 타고 영월로. 중간중간에 마을을 들르네요. 당신보다 큰 고추 자루를(매운 냄새 때문에 알 수 있었네요 ^^) 가지고 올라오시는 할머니. 산에 약초를 캐러 다녀오신 듯한 할아버지 - 아주머니들의 인사 속에서 알 수 있었구요.
저녁으로 곤드레나물 정식을 먹기 위해 청산회관을 찾아갑니다. 서부시장 앞에서 내려서 농협을 찾고 그 맞은편.
그런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 ^^; 아쉽지만 근처 분식집으로... 별로 맛이 없네염~
맛으로 멋진 마무리를 하지 못했지만, 가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네요.


## 교통
동서울 터미널 - 영월 : 14,400원 ( 2시간 10분 )
영월 터미널 - 거운리 (택시) : 13,600원 ( 10분 )
거울리 - 영월 터미널 : 1,400원 ( 15~20분 )


## 잣봉, 어라연 둘러보기 ;

"잣봉에서 굽어보고 어라연에서 손을 담근다"
[알림]7월의 두발로학교 <여름 동강…아름다운 감상법>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110616105453

영월 잣봉 ( 파하님 )
http://blog.naver.com/yeominlaw/110046573273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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