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같은 즐거움을 기대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이른 아침 구름이 많이 끼었습니다.
지하철은 어제와 달리 한산합니다. 연휴 마지막날, 사람들이 '휴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집에서 쉬나봅니다.
스테파노 교우님이, '모든 한국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오늘은 카톨릭에서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는 날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역시 '성공회답게'(?) 요한 성전이 '넉넉'합니다 ㅋ
어제는 김학윤 신부님 혼자였는데, 그래도 오늘은 유상신 신부님, 이경호 신부님, 주성식 신부님, 정창진 부제님이 있습니다. 성당도 연휴가 끝나는 모습이네요.
순교자 축일이라서 그런가요, 성가 선곡이 비장합니다.
- 입당 '주 위해 죽은 성인들', 봉헌 '십자가를 질 수 있나', 파송 '어둔밤 마음에 잠겨'
아침 감사성찬례
요한 12:20~32
스바 3:14~20, 로마 8:33~39
시편 130
예루살렘에 예배를 드리러 온 그리스 사람들이 필립보를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이것을 하나의 징표로 보았는지, 자신이 죽음으로써 받을 영광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광'과는 다르네요. 나도 그렇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영광을 쫓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바울을 이 말대로 예수님을 섬기기 위해 그 길을 갔고, 그때 당하는 어려움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아마 바울은 힘든 순간마다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옵니다.'라는 시편의 저자의 외침을 품고 살지 않았을까요?
주성식 신부님이, 한국이 순교자가 많은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조선말의 천주교 박해가 원인이었고,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 수가 늘어났습니다.
한국성공회는 일제시대 때 순교자가 없었나 봅니다. 그 당시 일본과 영국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예배 후 유상신 신부님이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살다가 추석 때 한국에 들어온 교우님과 그 가족들이 성찬례에 참석했는데 함께 식사하자고.
교우 한분이 나무 열매 하나를 줍니다. 밤같이 생겼는데... 마로니에 열매라고 합니다... '너도밤나무'라는 이름에 걸맞네요 ㅎ
북어국을 먹으려고 갔는데 오늘까지 쉰다고. 보통 설, 추석 당일만 쉰다고 들었는데... 가게 직원들을 위해서도 쉬는 게 맞겠지요. 메뉴 변경, 간단하게 '버거*'으로.
유상신 신부님, 스테파노 교우님과 함께 순교와 선교에 대한 알쓸신잡.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에 박해는 어찌 보면 당쟁이라는 '정치적'인 면이 강했다는 이야기. 중국에서는, 예수회 출신의 마태오리치가 청나라에서 그 지역에 맞게 쌓아놓은 선교를, 교황이 도미니크회를 보냄으로써 '근본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해 배척당하게 되었다죠. 제국주의 시대 때 기독교는 어쩌면 '사랑'이 아닌 '강요'의 모습이었겠네요.
요즘 중국의 카톨릭 주교 임명 논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네요.
☞ https://www.facebook.com/joseph.kim.9235/posts/2203333019679872 : 교황청과 중국
이야기는 어느덧 현재 중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 뭔가 대국의 호탕함이랄까 이런 것 대신 졸부의 '찌질함' 같은 것이 커져간다는 느낌. 세계 패권을 원한다면 '베풂'이 필요할 텐데, '장삿속'이 눈에 자주 보입니다.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점점 중국을 싫어하는 나라들이 많아지죠.
☞ http://ya-n-ds.tistory.com/3060 : 시진핑 Way
☞ http://ya-n-ds.tistory.com/2468 : 베이징 리포트
길을 떠날 때가 되었죠. 스테파노 교우님이 서점 가는 대신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길동무가 생겼습니다. 일단 어제 스탬프 찍지 못했던 돈희문 터로 가서 도장을 찍습니다. 스테파노 교우님도 한양도성길 종이를 한장 가져와 스탬프 꽝. 동그라미 가운데에 찍히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네요 ㅎ
어제 걸었던 길을 되짚어 갑니다. 어제 봤던 상공회의소 건물의 성벽 흔적으로 보이는 것을 가리켰더니, 길동무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면서 이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라네요.
숭례문. 오늘은 깃발이 세워져 있고, 문도 열려 있고, 수문장도 있습니다. 홍예문 천장에 용 그림. 이것에 대해 한때 '왁자지껄' 했나 봅니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212311446221 : 숭례문 새 ‘용 그림’ 너무 귀엽다?…누리꾼 와글와글
안내소에서 스탬프 찍고 남산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백범광장,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사람들이 듣고 있을까요? 가까운 곳에 안중근님 동상과(콧수염이 눈에 띕니다) 기념관이 있습니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11066 : '남산 안중근 동상'과 ' 하얼빈서 온 안중근 동상'
오늘도 날씨 짱입니다. 한강과 함께 서울의 남서쪽이 경치가 좋습니다.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이어지는 계단. 길동무가 잠시 쉬어 가자고 해서, 계단에 앉아 가지고 온 귤을 나눠 먹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좀 맛이 덜했는데 그동안 좀더 익었는지 먹을만 하네요 ㅎ
북쪽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어제 돌았던 인왕산, 북악산 자락과 그 안에 안긴 서울 도심이 나보란 듯이 다가옵니다.
다시 계단오르기,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열쇠'가 내려왔습니다. 이 정도 되면 '공해'가 아닐까 싶은데... 드디어 남산타워. 공연준비하는 팀들,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 모두 즐거움으로 그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봉수대에는 전통복장을 한 봉수군이 있네요. 타워 아래, 한남동 방향을 잘 볼 수 있게 투명판으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벽 옆의 찻길 따라 내려오다 숲길로.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성벽, 짜집기한 흔적이 없습니다. 나무들, 이끼들과 함께 시간을 견뎌냈나 봅니다.
국립극장. 남소문터를 지나온 것 같은데... 중간에 안내판이라도 있었으면 한번 더 주위를 둘러봤을 텐데. 이정표가 없습니다. 지도를 보고 반얀트리 쪽으로 갑니다. 여기서도 이정표를 찾지 못합니다. 저쪽에 산책 복장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갑니다. 이정표가 보이네요. 제주올레길 표식처럼 필요한 곳에 눈에 잘 띄게 해놓으면 좋을 텐데... 공무원 마인드로 만든 것 같습니다 ^^;
성벽 바깥쪽, 나무데크길로 걷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무들도 울창해서 햇빛을 가려주고. 갈림길, 성 바깥의 동네길로 갈까 안쪽으로 갈까? 길동무가 안쪽 길이 더 좋은 것다고 하네요. 암문을 통해 들어갑니다. 가다보니 길을 막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저쪽 편에서 한 아저씨가 옵니다. 그쪽에서는 문이 열려 있다고. 헐 길을 막으려면 양쪽을 다 막아야지 한쪽만 막다니. 그 아저씨는 문을 넘어 옵니다 ^^;
동네 아주머니가 계단으로 내려오라고 합니다. 다시 성 바깥으로, 다산동. 벽 옆으로 걷는 길이 좋습니다. 옆 포장길을 따라 띄엄띄엄 카페나 공방들도 보이고.
그늘에서 잠시 쉽니다. 과자 먹으며 사는 얘기, 그 동안의(둘 모두 아직 2년이 안되었죠) 교회 모임 얘기를 나눕니다.
아래부분이 불룩한 성벽이 정겹네요. 어제 걸었던 혜화문에서 낙산 가는 길만큼 마음에 듭니다. 장충체육관 근처에서 성벽이 끊겼는데... 길을 놓쳤습니다. 다시 지도보니 체육관 전에서 길을 틀어야 할 듯. 가서 보니, 광희문 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길표시를 찾을 수 있는데 국립극장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
광희문, 문을 통해 사람이 드나들 수 있어 나름 그 역할을 할 수 있네요. 천장의 용그림. 길 건너 천주교 순교자 현양관이 있습니다. 한국순교자들 축일에 들르게 된 것도 의미가 있네요.
☞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fid=1434&cat=&cid=715367&path=201803
DDP 뒤쪽으로 갑니다. 어제 봤던 연두, 녹색 부분에 갈 수 있네요 - 풀밭. 어느덧 동대문, 한양 도성을 한바퀴 다돌았습니다. 안내소에 가서 인증 받고 기념 배지를 받습니다. 인증샷 ㅎ
콩나물밥, 칼국수 중에 뭘 먹을까? 길동무가 칼국수를 선택합니다. 어제 찜해놓았던 '홍두깨 칼국수' 집으로. 칼국수 하나, 수제비 하나를 시킵니다. 주방에서 힘좋게 생긴 아저씨가, 숙성된 반죽을 홍두깨로 부지런히 밀어서 국수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칼국수가 먼저 나옵니다. 앞접시 가져다가 덜어 먹습니다. 국물 간이 적당하고 면을 씹는 식감이 좋습니다. 반찬은 김치 하나. 메뉴도 수제비, 칼국수. 착한 가격. 수제비, 국물은 같고 칼국수보다는 식감이 조금 덜합니다. 국물까지 싹 비우고 디저트 먹으로.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906975016036918 : 서울 한바퀴 돌고 나서
어제 빵 냄새가 좋았던 'de CIEL 01'. 맛보라고 잘라놓은 빵들을 먹다보니 다 맛있어 고르기가 힘듭니다. 종류도 많아서 맛만 보아도(점심도 많이 먹긴 했죠) 배가 차기 시작. 바게트 사이에 앙금과 크림이 든 빵을 선택. 길동무와 오늘 걸은 길에 대해 재잘재잘. 다음에 이런 것 있으면 미리 연락달라고 하는 길동무(오늘은 신발과 옷이 걷기에 조금 불편했다고).
갑작스레 스테파노 교우님과 길을 걷게 되어 여기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혼자였다면 스킵했을 가능성이 크죠~
여기까지 온 김에 경동교회에 가보자고 하니 길동무가 ㅇㅋ합니다. 1년에 한번 성공회주교좌교회와 교환예배를 드리는 곳이죠. 올해는 6월 10일에 있었죠.
☞ http://ya-n-ds.tistory.com/3140 ( 좌양말 우깁스 : ... 교환예배 )
멀리서 보면 약간 검게 보이는 건물. 가까이 가서 보니 짙은 갈색 벽돌로 중세 성처럼 쌓아올렸습니다. 한치의 틈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무거움과 정적. 한쪽 벽 니치(niche)에 있는 두 손을 모으고 찬양 또는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한 흰색 소녀상이 조금 밝에 해주네요. 문이 닫혀 안에는 들어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님, 남영동 대공분실도 그의 작품입니다. 조금 아이러니 하죠.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6123 : 역사 속의 종교, 종교 속의 역사
4호선 타고 집으로. 사당역에 내려 길동무 배웅하고 '감시서투(감사성찬례로 시작하는 서울투어'를 마칩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
p.s. 서울도성길 남산, 흥인지문 구간 풍경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906972896037130
p.s. '신과 함께 - 죄와 벌'로 연휴 마침표. 홀어머니 가정, 소방관 고충, 군대 의문사, 검사의 무리하고 무자비한 기소, 판사의 고압적인 자세 등등 한국사회의 아픔이 곳곳에 들어가 있네요.
천륜지옥의 마지막 판결 장면,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를 용서하자 염라대왕은, 저승법 1조 1항('이승에서 이미 진심으로 용서받은 내용은 저승에서 다루지 않는다.)을 들어 자홍의 무죄를 선고합니다. 어렵죠,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 사이에서 진정으로 용서하고 용서받기가...
성경 구절이 떠오릅니다 -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8:18)
베네딕토 교종의 말도,
☞ https://www.facebook.com/joseph.kim.9235/posts/2177688818910959 :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하늘이다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