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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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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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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일 (물)

 

휴가 마지막날, 11월의 첫째날. 따뜻하게 잘 잤습니다 ^^ 기지개 한번 펴고 아침을 챙겨 먹으러 공용공간으로.
코롬방 식빵은 밖에 나와 있고,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니 작은 유리용기에 앙증맞게 담긴 사과잼이 있네요. 우유도 있고. 싱크대 선반에는 커피와 낱개로 포장된 호박죽 분말과 커피.
얼추 아침 레시피가 나옵니다. 토스트 굽고, 컵에 호박죽 넣고 따뜻한 물에 갠 후에 우유를 넣습니다. 냉장고 안에 있던 사과잼은 상큼함에 시원함이 더해져 가을 아침에 어울립니다.
원두커피가 없어서 조금 실망했는데, 블랙으로 탄 커피는 독특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좋은데요 ^^

 

떠나기 전에, 머물렀던 '바람소리'를 한번 더 둘러봅니다. 미닫이 문살과 한지, 동양화의 여백을 느끼게 해주는 커튼, 벽에 붙은 나무 선반 위의 화학제품 방향제 대신 올려진 편백나무 방향제, 액자 느낌의 나무 들 안의 거울과 빗, 콘센트 주위를 둘러싼 앙증맞은 액세서리 등등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마당 위에 쳐진 발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과 그림자가 유정한옥의 아침을 예쁘게 꾸밉니다. 게스트하우스 '의례' 중의 하나인 아침 먹으며 나누는 쥔장과의 토크는 없어 아쉬웠지만 어제 오후 많은 이야기를 한 걸로 퉁치고 나옵니다 ㅋ

 

붉은벽돌로 옆기둥을 쌓고 윗부분은 아치형으로 마무리한 옆집 대문이 열려있는데, 옆집 벽으로 인해 문에서부터 마당까지 좁은 골목처럼 만들어진 공간이 호기심을 생기게 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어느새 나타난 주인아저씨가 여행왔냐고 묻습니다. 어제 유정한옥에서 자고 나왔다고 하니까 시간 되면 안에 들어가서 차 한잔 하자고 하시네요.
이제는 이런 만남이 어색하지 않네요 ㅎㅎ 안에 들어가다 보니 담쪽에 화초를 심어 정성을 들였습니다.

 

작은 마당이 있는, 기와를 얹은 한옥 형태입니다. 갈색 나무기둥들과 처마가 친근합니다. 천장 가까이 달린 동그란 모양의 오래된 시계도 집에 잘 어울리네요. 동향이라서 그런지 아침 볕이 잘 드는 마루에서 LP를 들으며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

 

내년쯤 일본식 다다미방을 컨셉으로 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열까 하는데 손님 관점에서 이랬으면 하는 것을 알려달라고 하네요. 잠시 브레인 스토밍~
"다다미방은 근대 역사 건물들과 어울려 괜찮겠네요"
"거실(공용 공간)과 방이 잘 분리되어 잠자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좋겠네요"
"아침 메뉴도 신경 쓰면 금상첨화겠죠"
"편리하고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은 기본이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결국 가성비가 손님들의 마음에 들면 다시 찾고 입소문도 많이 날 겁니다"
"시 전체가 나서서 '목포에서 1주일 살기'(땅끝쪽과 섬들 둘러보는) 테마가 정착될 수 있게 한다면..."

 

아저씨가 일본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감명'을 많이 받은 듯. 그리고 일본에서 학교을 나오고 회사도 다니고 있는 아들의 말을 빌려 한국의 민도가 2,30년 정도 떨어져 있다고 ^^;
실제적인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고 극우적인 자민당의 독주, 그리고 위안부 문제 처리 등에 대해서 보편적인 인권에 못미치는 태도를 지적했더니 거기에 대해서는 일본의 특수성을 얘기하면서 '옹호'를 합니다
- 일본 사람들은(검찰)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서 비판을 하지만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묻는 경향이 있어서 과거사에 대해서 사죄 같은 것을 꺼린다
-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과거의 일본 총리가 '사죄'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계속 더 많은 요구를 하기에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못 믿는다

 

요즘 정치 얘기할 때도, 주로 동아일보 기사의 근거를 들어서 '적폐 청산'이 '정치 보복'이 되어 간다는 듯한 얘기를 합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뉴라이트의 느낌이 나서 그 점을 지적하고 동아일보 말고 JTBC 보도 같은 것을 근거로 얘기를 하면 좋겠다고 일러 드립니다.
전라도에서 이런 견해를 들어보니 조금 낯섭니다 ^^;

 

경동성당, 1952년 기공식을 해서 1955년 완성. 건물 벽을 봐도 꽤 나이가 있습니다. 지붕 옆에 달린 종이 색다르네요.
주위의 조형물들은 얼마 되지 않은 듯 깔끔합니다. 예수 십자가 모습을 부조한 석조물 뒤로 둥글게 다듬어 줄지어 놓은 돌들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요?
안에 들어가 보니 항아리에 꼭지를 달아 놓은 성수통이 눈에 띕니다 - 굿 아이디어. 원색의 스테인드 글래스는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제 저녁에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했던 '행복이 가득한 집'. 가을빛을 담은 담쟁이가 담을 수놓고 잘 정지된 경수는 담 위로 초록빛 자태를 뽐내고 있스니다. 너무 일러서 문이 닫혀 있네요.


옛 일본 영사관, 남쪽을 내려다보는 위치, 붉은 벽돌을 배경으로 흰색으로 무늬를 넣은 건물, 계단 위로 마치 신전을 올라가는 느낌이네요. 그 앞에 일본이 계속 외면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앉아 있습니다.
건물 가까이 가서 보니 벽과 창 위에 흰돌로 욱일승천기의 문양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건물 뒤에 파 놓은 반공호. 섬찟합니다.
영사관은 '목포근대역사관 I'으로 사용되어 일제 시대 목포 자료, 수탈 등에 대한 기록을 담아 놓았습니다.

 

두서너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옛날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목포근대역사관 II' - 일제의 만행이 담긴 사진들, 끔찍합니다.

 

목포진 역사공원 가는길. 호도과자와 호떡을 파는 '빵꿉는 카페'가 있습니다. 아침 먹은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호떡은 먹어줘야겠죠. 찹쌀 도넛도 있어 하나씩 시켜서 종이컵에 담다 먹으면서 길을 갑니다. 달달함, 여행 중 '정답' 중의 하나겠죠!
오르막길을 올라 가는데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절과 교회가 함께 있습니다. 친하게 잘 지냈으면~
목포진은 세종대왕 때 설치된 전라수영의 4개 만호진 중 하나였는데 2014년에 복원했다고 합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6815312

 

목포진에서 유달산을 보는 풍경이 색다릅니다. 제주를 걸으면서 이곳 저곳에서 보는 한라산처럼 목포에서는 유달산을 바라보게 되네요. 목원동이 보이고, 바닷쪽으로는 여객선 터미널과 삼학도 풍경이 들어옵니다.
가을 햇볕을 즐기로 있는 어르신께 내려가는 길을 물어서 항동시장쪽으로. 온갖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부둣가쪽으로 생선을 쭉 말리고 있습니다. 철공소와 같은 요즘 보기 힘든 가게도 있습니다.
일을 마친 배들이 묶인 채로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부두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삼학도 부근의 부둣가, 배에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텁니다. 한쪽에서는 얼음이 한무더기 쌓여 있고, 상자에 담긴 고기를 물로 씻고 있습니다.
중학도 올라가기 전 주변 공원 작업을 하는지 사람들이 잔듸를 옮겨 심고 있습니다. 둘레길 느낌이 나는 길을 오르고 내려 소학도 입구까지. 각각의 섬이었던 곳은 이제 다리고 이어졌고 이전의 물길은 막혀 섬을 둘러싸는 수로로 만들었네요. 그곳에서 카누 같은 것을 탈 수 있게 해 놓았고 그 주변은 산책길로 단장했습니다. 이쪽편에서 여객터미널과 유달산을 바라보는 것도 멋집니다.
소학도 근처의 부두에는 여러 크기의 요트들이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남해 갔을 때 물건에서 잠시 그런 기분이 들었죠.
http://ya-n-ds.tistory.com/2843

 

울산 장애인센터에서 여행을 온 모양입니다. 가을 햇빛 아래 예쁜 화초와 바다를 보며 걷는 분들의 얼굴에 웃음과 즐거움이 보입니다.
해양경찰청 배들이 보이는 목포외항에서 길을 돌아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으로.

 

알쓸신잡에서 장동선님이 둘러보면서, 보통 사람은 괴롭고 힘든 일을 피하려고 하는데 그 엄청난 탄압을 견디면서 살았던 삶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유시민님은 자기 같으면 3번 국민에게 외면 받았으면 '자존심'으로라도 "나 안해'라고 했을 텐데, 그 많은 비난을 무릅쓰고 4번째 도전했던 이유가 지금도 궁금하다고 합니다.
(제가(齊家)의 오점이 있지만 - 세 아들 문제) IMF를 극복했고, 민주화의 초석을 다지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남북간의 긴장완화를 통해 대결에서 대화로 이끌었습니다.
http://ya-n-ds.tistory.com/504 ( 김대중님 추모 )

 

그분이 얘기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은 현실 정치에서 여전히 유효할 겁니다.
http://tv.naver.com/v/2276570

 

기념관을 돌아보고 나니 유시민님이 '목포에 오면 정서적으로 흔들린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http://www.hankookilbo.com/v/5396cc8136ba0e955396cc8136ba0e95 : '알쓸신잡2' 유시민 "김대중, 빨리 오신 분...정서적으로 흔들린다"

 

대학도 가는 길, 나무에 빈 캔이 달려있네요. 성황당 나무에 걸려 있는 천과 장식들의 현대적 표현일까요 ㅎ
점심으로 꽃게살무침을 먹어볼까 해서 장터를 찾아 가기로. 항동시장 지나면서 삼학도 올 때와는 다른 골목으로.
조산소(助産所) 간판, 안은 비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도심재생을 위해서 애쓰는 모양입니다. 중간중간 공방이나 작은 갤러리들이 눈에 띄네요. 그런데 아직까지 이쪽 지역은 '핫플'의 느낌은 없습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장터 가는길에 어제 저녁 함께 산책했던 '언니분'을 만납니다. 목포가 좁나요? ㅎ 반기면서 어디가냐고 하시네요. 점심 먹으러 '장터' 간다고 했더니 길을 알려 줍니다. 오전에 갔다온 곳 이야기 등 잠시 수다를 떨다가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기분 좋은 재회 ^^

 

장터, 꽃게살은 2인분 기준입니다 ^^; 어디 가지? 유정한옥에서 추천했던 '대청'이 생각납니다. 오전에 걷다가 봤죠. 들어가보니 가정집 느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 메뉴 만두국. 사골 국물이 깔끔합니다. 만두를 깨물자, 잘 만든 수제 햄버거 패티를 먹는 듯한 꽉찬 속이 입안을 채웁니다 ^^


황해도가 고향이신 나이 지긋한 주인 아저씨. 그곳에서는 갈비탕 남은 국물을 이용해서 만둣국을 했다네요. 집에 들른 지인들이 먹어 본 후에 장사해도 되겠다는 평이 많아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5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목포 사람들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오후 3시에 문 닫고 다음날 쓸 재료 준비를 합니다.
곳곳에 부부가 함께 만든 한지공예품들이 식당 안을 밝게 해주고 먹는 기분을 더 좋게 해주네요. '다가올'도 그렇고 D.I.Y. 장식,  반짝이는 아이디어입니다.

 

아직 해가 있어 바로 서울 가기는 좀 뭐해서 어제 저녁에 지나치면서 봤던 마을 골목길의 벽화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가다보니 '행복이 가득한집',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정원에 앉아 차 마기기 딱입니다. 노적봉을 넘어서 기억을 되살려 길을 짚어갑니다. 담쟁이가 예뻤던 북교동교회가 있었는데 안보이네요 ^^;
요리조리 가능하면 좁은 길을 찾아 갑니다. 바닥에 방향표시와 함께 재미있는 문구들도 있고... 그런데 쉴 데가 별로 없네요. 그림이 있는 골목이 전국에 너무 많아져서 희소성도 많이 떨어졌죠 ^^;

 

이틀 전에 묶었던 수다방 근처, 앞에 낯익은 사람이 지나가네요 - 주인 아주머니. 오늘은 '재회'의 날인가 봅니다 ㅎ 낮에는 통장으로 일을 하느라 여기저기 찾아다닌다고. 어제는 어디서 잤냐고 묻네요.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 유정한옥에서 자게 되었다고 하니까, 거기도 잘아는 집이라고 합니다. 반찬 남기지 않아 보너스로 유달콩물에서 받은 '쿠폰'을 선물로 드리니까, 수다방에 오는 다른 손님들에게 부탁해서 9장을 더 모아야겠다고 하네요 - 귀여우시네요 ㅎ
빠빠이 하고 코롬방 빵집으로. 선택, 항상 고민이 되죠 - 단팥빵, 어니언브레드, 크림치즈 바게트 ( 어니언브레드는 어머니가 맛있다고 하네요 )

 

오후 3시10분 열차. 일로, 몽탄, 무안, 다시, 나주, 광주송정(나흘 전 기억이 나네요), 장성, 백양사, 정읍, 신태인, 김제, 익산, 함열... 전라도를 떠나 충청도로... 용산역.
10년 근속휴가가 끝났습니다. 앞부분은 제주도에서, 뒷부분은 전남에서 알차게 보냈습니다, 많은 만남들과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여행이 또 있을 수 있을까 ^^
http://ya-n-ds.tistory.com/2930 ( 올레 마무리 - 미리보기 )
http://ya-n-ds.tistory.com/2936 ( 남도 여행 - 미리보기 )

 

다녀온지 조금 지나서 알쓸신잡에서 목포/진도, 해남/강진, 제주도 순서로 방영이 되더라구요. 아, 저곳... 기억이 새록새록. 나무들 색깔을 보니까 녹화는 저보다 먼저한 것 같네요.
유시민님이 다녀왔던 진도는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번 남도 여행의 동선을 그려봅니다 ㅋ


 

p.s. 남도여행 - 다섯째날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511793265555097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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