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싸놓은 배낭, 빠진 것 없나 마지막으로 점검. 스틱까지 든 등산복 복장으로 출근. 점심 먹고 바
로 비행기 시간에 맞춰 퇴근 계획.
셔틀 버스 관광회사가 바뀌어서 차를 놓칠 뻔. 출발하려는 차를 간신히 잡아 타서 일정이 깨지지 않았
네요, 휴 다행~
여행하는 동안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사람들에게 정보 전달. 필요한 메일도 써 놓고. 이렇게 아침 시간 이 휘익 가버립니다.
1시 퇴근 셔틀버스 타고 양재 도착(1:40), 3호선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역으로(1:53) 9호선 급행 타고 김포공항 도착(2:31).
공항은 아직도 리모델링 중인가 보네요. 지난 3월에는 3층 출발장이었는데 이제는 2층과 1층으로. 천장 곳곳이 맨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완성된 일부분에는 원을 반 잘라 어긋나게 배치하고 그 사이에 조명을 넣은 하얀 판넬이 산뜻합니다.
발권. 이전에는 어느 좌석 앉겠느냐고 물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표를 내줍니다. 1시간 전에 왔는데 벌써 자리가 다 찼나? 통로쪽 좌석. 착륙할 때 제주 경치 보는 기회는 Bye~
18번, 19번 게이트... 제주항공 비행기들이 지연된다는 안내판과 안내방송이 이어집니다. 창밖으로 보
이는, 구름이 짙게 낀 공항 풍경이 새롭습니다.
마지막 손님으로 비행기에 들어갑니다. 오늘 옆자리 동행은 꼬마여자 아이와 엄마. 짐 놓고 앉는데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네요 ㅎㅎ
복도 건너편에는 개를 데리고 탄 손님. 이륙하기 전 승무원이 개에 대해서 어떻게 해달라고 했는데 개가 말을 잘 안듣는지 주인이 힘든 표정 ㅋ
귀의 멍멍함과 함께 이륙합니다. 구름 위로 올라가자 햇빛이 비치고, 꼬마도 엄마에게 맑음으로 종알댑니다.
가져온 책에 삼매경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제주편).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유홍준님의 글맛은 남다르죠. 올레길 돌면서 그동안 만났던 곳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그리고 새로운 사실도 더 알게 되고. 앞으로 가보고 싶은 곳들도 정리가 됩니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2831 : '제주 허씨'들을 위한 답사기, 아직 몰랐다면...
음료수와 주전부리를 파는 카트가 지나가고. 이제는 음료수를 무료로 주는 서비스가 사라졌나요? 국내 LCC 업계 1위, 30대의 비행기 보유를 위한 비용 절감?
책을 읽다보니 금방 제주. 해 기울어질 무렵의 바다쪽 흐린 풍경이 왠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공항 ATM에서 토요일 머물 게스트하우스에 입금. 이번주 잘 곳은 다 채워졌습니다.
곽지과물을 가보기 위해(금방 어두워질 것 같은데 시간이 될까?) 이전 서일주노선에 해당하는 102번을 공항에서 바로 탑니다. 그런데 102번은 서울 지하철 1호선, 9호선의 급행과 같아서 애월에서 내려서 일반 버스인 202번으로 갈아타야 되나 봅니다. 애월 정류장에서 일단 내립니다. 그런데 걷기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 괜히 내렸나?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즐기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202번 타고 저녁 먹으러 그냥 한림으로. 첫날은 새로 정비된 제주 버스 체험으로 만족해야 할 듯 ㅋ
'수해 굴해장국' 찾아가기. 한림주유소 정류장에 내려서 한림매일시장입구까지. 상점에 들어가서 물어보는 것이 최고. 시장길 따라 바다쪽으로 가면 있다네요, 그집 맛있다는 말과 함께.
허름한 가게. 손님들이 두 테이블을 잡고 있습니다. 마을분들인지, 형님, 오빠, 동생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부회장님, 총무님 등등의 호칭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일종의 이곳 마을 사람들 '아지트'인 것 같네요.
옆에 있던 어르신 한분이 어디서 왔냐고 하면서 소주 한 잔을 권합니다. 한잔 받아 원샷하고 술잔을 다시 채워 돌려드립니다.
이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고... 인터넷에서 발견했는데 한림쪽에 오면 꼭 한번 들르고 싶었다니까 잘왔다고 ㅎ
안주로 드시던 한치과 돼지고기를 볶아낸, '한삼'블고기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을 앞접시에 담아 주시네요. 오징어보다는 부드럽고 '앙증맞은' 한치의 식감과 제주 돼지가 어울려 맛깔스럽네요.
"요즘 한치 철인가요?"
"한치는 지나갔고 요새는 조기철이죠"
"조기요, 제주도에서? 주로 옥돔과 갈치만 들어봤는데요"
"추자도 근처에서 많이 잡는데, 추자도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한림항쪽으로 배들이 많이 왔어요. 영광 굴비 대부분이 제주도에서 잡은 거에요"
한잔을 더 주시네요. 머리가 띵해지고 뱃속에서 역류하는 느낌. 역시 한계주량은 소주 두 잔. 이젠 더 먹으면 안될 듯 ^^;
드디어 나온 맑은 굴해장국. 굴국밥과 비슷합니다. 미역과 굴의 향기가 좋습니다. 총무님으로 불리는 주인 아주머니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얘기하세요.
다른 테이블에 있던 '이모님'이(제주도에서는 '삼춘'이겠죠 - 답사기 책에서 알게 되었죠) 한치를 넣은 라면을 조금 덜어주십니다. 한치에서 우러난 맛이 라면 스프를 눌러주어서 그런지 국물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오는 월요일에 추자도 간다고 하니까, 거기가서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네요, 추자도 면장을 잘 안다고 하면서. 잠시 더 이야기를 하다가 인사드리고 나옵니다.
머리도 조금 아프고 속도 조금 울렁울렁, 발걸음에 잠시 느껴진 비틀거림. 한림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숙소를 찾아갑니다. 길가에 있는 상점들. 옛날 통닭집에 사람이 많네요 - 두 마리에 13,000원.
조금 걷다보니 몸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빨리 깨네... 기분 탓인가? ㅋ
게스트하우스. 불이 꺼져 있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옆 건물 이층에서 아주머니가 내려옵니다. 게스트가 저뿐인 듯~ 제주 한림에 취한 밤이 깊어갑니다.
☞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489635651104192
내일을 기약하며~
☞ http://ya-n-ds.tistory.com/2933 ( 올레 15코스 : 한림~고내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