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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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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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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13:34

작은 창 사이로 빛이 들어옵니다. 아침인가 보네요. 잔 건지 만 건지 ^^;
간단히 얼굴 씻고 아침 산책. 날씨가 예술. 물이 많이 빠졌습니다. 바당 곳곳에 새들이 아침을 깨우고 있습니다. 마을의 나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는 방사탑이 물 나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맑은 아침 마시며 걷다가, 드러난 모래길을 따라 마을에 나쁜 기운이 못오게 하는 방사탑으로 다가가봅니다. 검은돌로 둥글게 쌓아놓은 모습. 사람들을 지켜주면서 새들이 볼일 보는 장소로도 제공하나 봅니다.
저멀리 한라산이 '내가 뒤에 있잖아'라며 마을을 지켜주는 듯한 모습. 그러고보니 제주도는 늘 배산임수네요. 사람은 거기에 방사탑을 더하고.

 

산책 갔다왔는데 '선(禪)' 분위기가 느껴지는 음악이 틀어져 있습니다. 구렛나루가 멋진, 약간 '득도'한 듯한 여유로움을 지닌 쥔장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어제 늦게까지 놀았던 사람들은 일어날 기미가 안보이네요. '아침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물으니 9시쯤 사람들 일어나면 라면을 끓인다고 합니다.
조금 있다가 쥔장이 인도식 밀크티라고 할 수 있는 짜이를 끓여옵니다. 맛있네요. 9시 넘어서 스탭이 라면을 끓입니다. 먹을 사람은 3명. 먹고 설거지 하고.
공동체 생활 같기도 하고... 저녁에 푹 자고 아침에 일찍 길을 갈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
물이 들어왔습니다. 물찬 모습은 한번더 새롭게 보입니다. 신흥리, 확실히 풍경은 짱입니다.

 

20대 후반 쯤의 게스트와 잠시 이야기. 6개월쯤부터 제주에서 일하면서 쉬는 날에는 여행 다닌다고. 아직까지 건축붐이 있어서 일당이 10~12만원 정도. 젊은 사람들이 잠시 일하기는 좋다고.
이전에는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박용 시설이었는데 요즘은 빌라나 전원주택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난개발 막기 위해 해안도로 바깥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점점 거품이 사그라들 것 같다고.
라면 끓였던 스탭은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할망 따라가 조개 캔다고 부지런을 떱니다. 거기서 바로 먹으면 엄청 고소하다고.

 

짐을 싸서 나옵니다. 마을쪽으로 난 길을 따라 함덕으로. 올레길에 얹혀 있는 길들이 몇 개 있습니다 - 천주교 순례길, 절로 가는길, 지오트레일. 가끔씩 이 리본들이 헷갈리게 합니다. 같은 길을 가다가 중간에 길이 달라지고 다시 만나고.
천주교순례길은 해안을 따라서 함덕으로 가나 봅니다.

 

제주도 마을길 중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것은 집과 나무들 사이로 바다로 가는 내리막길입니다. 요런 길들이 자주 보이네요 ^^
정주항을 지나 함덕해변으로. 뭐라 말할 수 없는 바다 색깔. 그런데 해안도로를 따라 높게 서있는 건물들. 그 건물들이 바다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함덕은 고려시대 려원 연합군이 삼별초의 허를 찌른 곳이라는 안내푯말.

 

서우봉을 오릅니다. 함덕 해안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만치 걸어왔던 길들도. 말과 염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네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 표시가 있습니다. 해 진다고 생각하고 한장 찰칵.
산허리를 돌아 북촌으로. 김녕쪽으로 풍력발전기가 많이 보입니다.
서우봉이 일제 시대의 이름인지, 근처 사람들은 서산, 서모라고 부르기를 더 좋아한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개한마리가 문 앞에 엎드려 빤히 쳐다봅니다. '장땡'이라는 이름표와 함께. 사람이 더 이상 살지 않는 초가집이 을씨년스럽니다.

 

몬주기알, 너븐숭이 4.3 기념관, 그리고 애기 무덤. 이곳도 4.3의 상처가 깊었나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37722433987 : 제주 4.3의 기억
http://www.ihalla.com/read.php3?aid=1214233200271632161 : 동부토벌 중심 … 숱한 집단학살의 기억

 

이 장소들를 이어서 '조천읍 북촌마을 4.3길'이라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http://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943

 

북촌마을의 제사를 드리는 가릿당(구짓머루당)을 북촌포구. 다려도, 북촌 마을 사람들이 4.3때 위험을 피했던 섬이라네요.
포구를 빠져나와 한승이밭쪽으로 가기 전에 점심 먹으러 동복리 해녀촌으로 갑니다. 자리를 잡고 회국수를 시킵니다. 먹는 동안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기네요.
돈까스 소스 느낌도 나고. 조금 단맛. 소스 맛에 다른 맛이 가려지네요. 국수와 회, 깻잎, 상추 재미있는 하얀 막국수에 회가 더해진 재미있는 조합입니다.
https://www.facebook.com/thames.young/posts/1276324715768621 : 제주 맛집 탐험

 

올레길 오는 길,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건물 같은데 사람들이 들락거립니다. 현관 위 녹슨 철판에 '흰당나귀'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문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안은 잘 꾸며져 있네요.
컨셉인가 봅니다. 가로등도 녹슨 채로 기울어져 있고 건물 위쪽의 철판도 녹슬었고. 그런데 안에서 바다를 바로 바라보는 전망이 좋습니다.차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옵니다. 많이 알려진 듯.

 

다시 길을 되돌아와 올레길로. 북촌동교차로 가는 마을 주변, 공사하는 곳이 많네요. 풍경이 바뀌기 전에 빨리 다녀야 한다는.
마을 근처에 고두기엉덕 신석기시대 유적이 있습니다. 자연 동굴 안에서 모여살았나 보네요. 바다도 그리 멀지 않고.
http://storyjeju.com/?mid=history_culture&document_srl=269

 

북촌동 교차로에서 큰길을 따라 가다가 난시빌레밭을 돌아갑니다. 한적한 오솔길를 가다보니 말을 키우는 곳이 있네요. 돌담 너머로 서로 눈인사.
마을이 나옵니다. 교회를 지나 숲길로 동복리 마을운동장까지. 앞쪽에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올레길 구간 간격을 두고 서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발전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돌고 있는 날개 아래를 지나가니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숲의 소나무마다 제선충 방지를 위해 약을 넣었다는 종이가 붙어있습니다. 빨간 스프레이로 종이 위에 표시, 소나무도 아프네요 ^^;
숲을 나와 밭길로 그리고 큰길로 어느덧 김녕(남흘동)입니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도 보이고. 백련사, 가정집 같은 느낌, 좁은 마당이 꽃들로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해녀마을 쉼터. 오늘은 좀 일찍 끝났습니다. 바다 풍경을 잠시 보다가 고래고래 게스트하우스로.

 

넓고 깨끗한 거실, 아기자기한 장식들도 신경을 많이 썼네요. 오늘 잘 방으로. 침대 두개. 책상까지. 함께 묵을 게스트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 오늘은 어제와 달리 푹 쉴 수 있겠네요 ^^
씻고서 밥먹으러. 게하지기로부터 대충 근처 먹을 곳을 알아보고 나갑니다. 그런데 바람과 구름이 범상치 않습니다. 다시 들어가 우산을 가지고 나옵니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물새들이 많습니다. 18코스, 19코스 이쪽을 새들이 좋아하나 봅니다. 어제도 많이 봤죠.
로드하우스라는 곳을 찾았는데 '임대문의'라는 알림이 ^^; 김녕초등학교까지 구경 삼아 가면서 먹을 곳을 생각해 봅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분식집으로. 저녁 끝물이라서 그런지 떡볶이가 불었네요. 일단 배는 채웠으니까.

 

고래고래로. 오늘 함께 묵을 손님이 와 있습니다. 군대 휴가 받아 제주도 여행 왔다고. 국내 정치,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최근 탄핵 사태, 이재용 구속,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한국 사회 얘기하다 요즘 tVN '어쩌다 어른'에서 본 허태균님의 한국인의 심리에 대해 말해줍니다, '주체성+관계성'의 한국인이 '주체성+자율성'의 서유럽, 미국인과 어떻게 다른지. 흥미롭다고 하면서 다시보기 하겠다네요 ㅎ

여행 얘기하다 통영이 나와서 서로의 간 곳을 확인하고 느낀 것들을 나눕니다. '뒤통수 버거'를 먹어봤다고 해서 그곳 젊은 쥔장과의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다음에 가면 슬로비라는 곳에서 하룻밤 묵어보라고
http://ya-n-ds.tistory.com/2634 ( 10월 남쪽 여행 - 둘째날 : 봉하, 통영(남망산 조각공원, 동피랑) )


감귤 막걸리 사왔다고 하면서 한잔 하잡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감귤, 우도 땅콩 막걸리 먹지 말고, 제주 생막걸리 먹으라고 하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제주도에서 막걸리 맛을 보게 되어 謝謝~
거실로 나가 짱구 과자을 안주 삼아 말을 이어갑니다. 내일은 사려니숲길을 가려고 하나 봅니다. 휴가 기간이 짧아서인지 '다른 곳도 가볼까'라고 계획을 하는데 버스를 타고 다녀서 시간이 많이 걸리 수 있으니까 우선 사려니숲길만 먼저 가보라고 합니다, 다른 곳은 다음 여행 때 보는 걸로 하고. 혹시 시간되면 사려니숲길과 가까운 삼다수숲길은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드디어 발가락 물집이 생겼네요. 옷핀을 빌려서 터트린 다음 응급조치. 푹신한 이불 속으로, 전기요를 낮게 켜 놓고 Zzz
이렇게 정유년 3.1절이 저뭅니다. 광화문 광장은 안녕하겠죠!

http://ya-n-ds.tistory.com/2795 ( '촛불 혁명' )

 

 

p.s. 전날, 다음날 보기
http://ya-n-ds.tistory.com/2802 ( 올레 18코스 : 제주원도심 ~ 조천 )
☞ http://ya-n-ds.tistory.com/2807 ( 올레 20코스 : 김녕 ~ 세화 )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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