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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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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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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13:34

비온 뒤 갑자기 추워진 햇빛이 눈부신 10월 끝자락의 토욜. 수요미식회 인천 신포시장을 가보기로 합니다.
겸사겸사 배다리 벽화마을도 들러보고 자유공원도 올라가보기로.

 

구로역에서 동인천행 급행 열차, 35분 정도 지나서 도착. 중간에 인천쪽에 사는 대학교 동아리 후배에게 혹시 번개 가능한지 문자. 서울에 갔다네요. 대시 신포시장 간다고 하니까 핫바 꼭 먹어보라고, 닭강정은 별로라고.

 

예식용 한복집이 많은 중앙시장 골목을 거쳐서 배다리마을을 찾아갑니다. 건물도 낡았고 빈 가게도 많고. 시장은 토욜 오후에 붐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아닌가보네요 ^^;
빈 곳에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들이 점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은 대세는 아니지만 일단 이름은 멋지게 '동구밭 청년길'이라고 붙였네요.
전주 남문시장이나 광주 송정시장처럼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네요.
http://isijang.webzigi.co.kr/ ( 동구밭청년길 웹진 )

 

배다리사거리. 지하도를 건너니 철로 아래에 벽화가 '배다리 안내소'를 알려줍니다 -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 잔치'
이곳 왠지 발걸음을 늦춰야 할 것 같네요 ㅎㅎ
헌책방거리. 낡은 건물, 재밌는 이름, 그림들... 갈래길에서 창영초등학교 가는 길을 물어봅니다. 기찻길 옆으로 가라네요.
양조장을 바꾼 스페이스빔 앞에서 양철로 만든 로봇이 인사를 합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낡은 옛날 집들. 그런데 그 옆으로는 보도와 분리된 아스팔트길이 있습니다. 액자 형태의 전시물이 늘어서 있고. 뭔가 어색하다는 ^^;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은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듯 눈길을 끕니다. 담을 타고 오르는 넝쿨식물과 담 색깔을 배경으로 어울리는 꽃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림이 집에 사람에 대한 그림움, 정겨움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벽화가 끝난 것 같아 다시 돌아서 다른 골목으로 창영초등학교까지 내려갑니다.
초등학교 담의 동화같은 그림, 모퉁이를 돌아 낮은 쪽의 지하 아지트 같은 느낌의 공간은 오래전 마을을 생각하는 그림이 대비를 이룹니다.
차도와 보도를 나누는 난간의 조형물은, 배다리가 삼일운동 때 인천의 중심이었던 곳임을 알려줍니다.
벌써 끝인가? '다행' 사진관이 있는 골목길을 찾아가 보니 곳곳에 그림들이 반겨줍니다. 슈퍼마켓의 큰 담에서는 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마을의 옛 정취를 알려줍니다.

 

'다행' 옆의 카페, '한점으로부터'에 들려봅니다. 안에 들어가보니 책과 그림들이 아늑함을 더해줍니다. 벽에 난 문으로 '다행'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쥔장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메뉴판겸 방명록, 10년 감식초가 있습니다.
'이거 주세요' '그거 떨어졌는데요' ^^; '... 잠시만요. 아, 마지막 병이 남아있네요!'
따뜻한 차를 만드는 동안 탁자위의 김영갑 사진책을 봅니다. 제주 올레3코스 지나면서 들렸던 김영갑갤러리의 추억이 솟아납니다. 오름과 그밖의 다른 사진들.

 

차를 내오는 주인에게 사진 얘기를 건넸더니, 그 사진들을 보고 난 뒤 제주도에 갈 때 만나는 오름들이 슬퍼보인다는 말을 돌려줍니다.
벽에 걸린 그림들, 직접 그렸다네요. 2년전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추스리기 위한 작업들...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

 

이전에 가봤던 서울 이화마을, 통영의 동피랑마을과 달리 마을 벽 그림들이 몰려있지 않아서 찾는데 당황스러웠다고 하니까, 시작은 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치는 학교 같은 공공건물과 가게들을 먼저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이들 등하굣길을 위한 창영초등학교의 그림, 영화고등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그림들.
그리고 집들에는 하나씩 하나씩. 지자체는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만들고 싶어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 필요에 따라서 천천히. 그런데 동구청장이 중구의 '송월동 동화마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고.
그러면서 시간이 지난 마을신문에 실었던 마을 건물들에 대한 글을 보여줍니다.
아까 '어색하게' 다가왔던 아스팔트 길도 갑자기 만들어져서 차들이 달리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 '나라꼴' 이야기로 - 어쩌다 '신정국가'까지 왔는지... 헐~ ^^;

2012년 박근혜님에게 투표한 국민들의 수준이었겠죠 -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

'오늘 저녁 집회에라도 나가야 하나?'라고 하네요.
http://ya-n-ds.tistory.com/2649 ( 최순실님 )
http://ya-n-ds.tistory.com/2652 ( '하야', '탄핵', '거국내각' )

 

일종의 마을 사람들의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요일가게' 얘기를 하다가 10월 시간표를 꺼냈는데, '앗, 오늘 오후 두 시에 시낭독회가 있었네'라고 잠시 당황.
'순Siri'로 이상하게 된 나라 이야기로 잠시 침울 ^^; 들어온 지 한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인사하고 나와 마을을 뒤로 하고 신포시장으로 갑니다.
http://incheonblog.kr/3344 ( 배다리 현장 이야기 )
http://fmpenter.com/1149 ( 배다리 골목 벽화거리 )

 

배다리사거리에서 웨딩의거리로. '결혼' 분위기가 아니네요, 썰렁~ ^^; 신포문화의 거리에 오니까 비로소 북적거리는 토욜의 느낌이 납니다.
신포국제시장 푯말. 닭강정을 사기 위한 기다란 줄. 길을 따라 내려가니 다른 먹을 것도 많습니다. 후배가 얘기해준 핫바. 치즈와 고추 두 개를 양 손에 듭니다. 맛있네요.
바로 만들어 잘라 파는 강정. 맛보기를 먹어봤는데 정말 부드럽습니다, 보통 강정은 딱딱한데. 김가게, 기름 발라 구운 김도 맛있네요 ^^
찐빵, 만두 등도 맛있어보이는데 핫바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릅니다 ^^; 여러 사람이 와서 조금씩 사서 맛을 보면 좋을 듯.

 

이제는 자유공원으로. 중화루 앞을 지나서(저녁 먹을 곳) 구한말 조차지였던 차이나타운쪽으로. 차이나타운과 마주보는 곳이 일본인 거주지였는데, '다행' 사장님 말에 의하면, 중구청에서 최근에, 건물의 겉을 일본식으로 씌우는 일들을 했다고 합니다.
테마를 만들기 위해 '과유불급'의 우를 범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차이나 타운 입구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올라갑니다. 공자상이 '밤마실길'로 안내합니다. 인터넷에 보니까 봄밤 벚꽃구경 오면 좋겠네요.

 

공원에 나무도 많고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상, 이 조형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소동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죠. 분단된 한국의 아픔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올해 개봉된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맥아더에 대한 평가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632085 : 악당 북한군과 영웅 맥아더…'인천상륙작전' 불편한 순간들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7090 : 본격 맥아더 만화

 

인천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경치, 근처 사람들에게 마실 장소로 최적이겠네요. 날은 어두워지고 땅에서 올라오는 옅은 빛은 나무들을 더듬어 실루엣을 드러냅니다.
공원 안내지도, 송월동쪽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진짜 '동화마을'입니다. 그림이 아닌, 마치 교실 환경미화하듯이 동화 캐릭터 판넬을 만들어 붙인 곳이 많습니다. 테마파크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으로.
그런데 사람 사는 곳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 젊은이들은 재잘거리면 담에 붙어 사진을 찍느라 즐겁습니다. 담장이 덩쿨 가득한 벽을 가진 집, 숨결을 느낄 수 있네요.

 

바로 옆 차이나타운. 붉은색이 많습니다. 여러 층짜리 중국집 건물들이 있고, '하얀짜장'집은 줄이 깁니다. 중국식 만두와 디저트 가게가 늘어서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와서 '먹거리투어'를 하지 않으면 별로 흥이 나지 않을 듯.

 

저녁을 먹으러 '중화루'로.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니짜장을 먹어봅니다. 잘게 다져 볶아진 고기가 많이 든 짜장 소스. 한입 떠 먹어봤는데 짜지 않습니다. 약간 불맛이 뒤에 남고. 맛있게 냠냠. 독특한 맛, 한번 맛볼 만합니다.
여럿이 온 사람들은, 유니짜장, 마파두부, 찹쌀탕수육을 시켜서 골고루 맛을 보네요.

 

집에 가기 전 강정을 사러 신포시장에 들릅니다. 만두집과 닭강정집은 여전히 사람이 줄을 서 있습니다.
'클래식' 강정 한 근을 기다리는 동안 맛보기로 내어 놓은 여러 강정을 맛보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 떠날 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맛보기 ㅋ
동인천역으로 그리고 집으로~ 즐건 만남의 토욜 오후였네요.

 

p.s. 강정, 부모님도 맛있어 하시고 다음날 교회에 가져갔더니 샘들도 손이 잘 가네요 ㅎㅎ

 

 

※ 생활의발견 다른 글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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