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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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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패 달고 보니까 넘 커다란 이름이네요 ^^; 행여 고래 등 사이에 끼인 새우가 되지 않기를 ㅎㅎ 연암은 고미숙님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다산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에서 삘 받았슴다. 잼난 놀이터가 되었으면... ^^
by 명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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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16:09

## 미리 보기...
http://100.naver.com/100.nhn?docid=81132 (비금도 飛禽島 )
http://kr.blog.yahoo.com/yydeokk196/14664
http://blog.naver.com/igzag/40053824967 (비금도 지도)

http://ko.wikipedia.org/wiki/%EC%8B%A0%EC%95%88%EA%B5%B0 ( 신안군 )
http://kr.blog.yahoo.com/toyou1012/1234619 (신안군 지도)


주일학교 선생님(집사님) 한분이 저에게, 언제 시간되면 당신 고향에 한번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다.
'비금도', 목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전라남도는 해남, 여수 쪽은 가본 적이 있는데, 목포쪽은 경험이 없어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몇 주 전쯤, 5월 10,11일 비금초등학교 모교 방문 행사가 있다고 하면서, 갈 수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셨습니다.
회사 일도 그리 바쁘지 않네요. 11일 연차 신청을 하고 그날을 기다립니다 ^^

** D-1, 5월 9일(월)
저녁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엄청나게 온다고... ^^;
집에 좀 늦게 왔는데, 바람이 많이 부네요.
자기 전 Q.T.를 하면서, 내일 여행에 맞는 날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얼마 전에 들었던 이경욱 선교사님의 이야기처럼, 기도했으니 염려 놓고 푹 자야겠죠 )

** 5월 10일(화) - 부처님오신날
7시 25분쯤 사당역 근처 버스 타기로 약속한 곳으로 갑니다.
재미로 골목길을 통해 갔는데, 백제 도요지터라는 푯말을 발견합니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는 신라의 도요지터가 있다는 설명도 있네요.
집사님이 나와 계셔서 맞이해 줍니다. 동창회장님에게 인사도. 기품이 있어 보이시네요 ^^
7시 30분 출발하기로 했는데, 아직 두 분이 안왔다는 ^^; 여기저기서 목포 배 시간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네요.
8시 20분 마지막 분이 박수를 받으며 버스 안으로 들어옵니다. 어제까지 감기, 몸살이 심해서 올까말까 했는데, 오기로 했다는.
기사님도 1시 배 시간에 맞추는 게 조금 걱정되나 봅니다. 마이크를 통해 늦지 않도록 하겠다는 멘트를 한번 해주시네요 ^^

정시에 출발했으면, 아침을 휴게소에서 여유있게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차 타고 가면서 먹을 거라는 총무님의 설명.
밥, 나물, 홍어무침, 멸치 볶음, 김치... 맛있습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식사하는 것 같습니다. 몇몇 분들이 스튜어디스처럼 '기내식'을 나릅니다.
배고프셨는지 국이 나오기 전에 밥을 거의 다들 드셨네요.
식사 후에 주전부리로 방울 토마초, 오징어포와 땅콩, 아몬드 등이 나옵니다. 술도 한잔씩 드시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선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고향가는길이 보기 좋습니다.
선생님이 고향 이야기와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여행은 서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은 거겠죠.
바로 서해안을 탈 줄 알았는데, 경부를 타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들어갑니다.
잠시 정안 휴게소에 멈춥니다. 볼일을 보고 기지개를 한번 펴고... 휴게소 안내센터 컴퓨터를 사용하여 페북에 자취를 남깁니다.
'비금도 가는 길... 정안휴게소에서 ^^' ( 텍사스에 사는 친구가 '비금도'가 어디냐고 댓글 남겼네요 )
총무님이 이제 곧바로 목포로 간다고, 화장실 꼭 들리시라는...
비는 오지 않습니다. 구름은 많이 꼈네요. 주위에 보이는 산들의 봉우리가 구름에 덮였습니다.
공주 근처에서 대전-당진 고속도로를 타고, 잠시 후에 서천-공주고속도로 해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나갑니다.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물을 좀 많이 마셨는지 소변이 마렵네요. '참고 가야지 하는데' 고창고인돌 휴게소에서 멈춥니다. 다른분들도 '힘드셨나' 봅니다 ^^;
시간을 보니까 배 타는데 충분할 것 같습니다.
목포 톨게이트가 보이고...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오른쪽에 바다를 보면서 여객선터미널로 갑니다. 안개낀 유달산이 보입니다.
해양대학교를 지나고, 선생님이 이곳저곳을 알려줬는데 다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
12시 30분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은 새로 지은 모습입니다. 주위 건물에 비해 혼자만 새옷이라 좀 뻘쭘하겠네요.
배에서 먹을 음식을 버스에서 내려 옮깁니다. 총무님이 표를 사옵니다. 행사를 위해 정말 땀을 많이 흘리시네요.

드디어 배가 출발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하도를 연결하려고 공사중인 목포대교입니다.
섬 한쪽이 이미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또 한번 섬과 육지를 잇는 것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네요.
목포를 둘러싸고 있는 눌도, 달리도, 외달도... 배는 섬들 사이를 빠져나갑니다.
파도가 잔잔합니다. 파랑 주의보가 있었는데 해제 되었습니다.
섬들이 눈에 띄지 않는 바다가 나타납니다. 시아바다라고 한다네요.
옛날 돛배를 타고 지나다닐 때는 이곳이 물결이 높아 제일 힘든 곳이었다고 합니다. 파도를 약하게 해줄 땅이 없으니까요.
안개가 주위를 가까이 둘러쌌다 멀어졌다 합니다. 위치를 파악할 장비가 없는 배는 안개가 가장 무섭다고 하죠.
안개가 끼면 비는 오지 않는다고 알려줍니다.
조금 지나자 다시 섬들이 나타납니다. 두 섬을 양 옆에 가까이 두고 지나갑니다. 갯벌이 끝나는 곳 근처에 김을 양식하는 막대기들이 서 있어 더 다가와 보이네요.
왼쪽에 안좌도라는 표지, 오른쪽에 팔금도 표지가 보입니다.
이렇게 배를 타고 섬들을 양 옆에 가까이에 두고 가는 것은, 예전에 군산에서 선유도 갔던 길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잠시 안좌도에 배를 댑니다. 다시 출발, 팔금도와 안좌도를 잇는 다리 아래로 통과하는데, 배꼭대기가 다리에 닿을 듯 말듯 ^^
뒤에 갈매기가 서너 마리가 쫓아옵니다. 새우깡이 없네여 ^^;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정지하면서 배와 속도를 같이 하며 거리를 유지합니다.
안좌도부터는 다시 섬들이 곳곳에 있어 어느 정도 바람이 불어도 물결이 잔잔하다고 합니다.
계속 섬들을 지나 2시간여만에 비금도의 가산항에 도착합니다. 공용버스 옆에 '천사의 섬'이라는 글이 써 있습니다. 신안군의 섬 수가 1004개라네요.

기다리던 관광버스를 타고 비금초등학교로 갑니다. 염전 반 전답 반이네요.
남한에서 제일 먼저 천일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비가 올 때 소금물이 희석되지 않게 하기 위한 염전 위의 지붕인 해주가 사각형 모양의 염전에 포인트를 주네요.
허영만님의 '식객'에서 해주에 대한 설명을 본 기억이 납니다. 파란색 지붕이 많은데... 알록달록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
염전의 빛깔이 검은색과 황토색 두 가지입니다. 얼마전까지 소금이 '광물'로 분류되었는데, 그때 소금에 있는 잔유물 조건이 까다로왔습니다. 그래서 염전 밑바닥에 장판을 깔거 소금이 흙과 섞이지 못하게 하여 잔여물을 줄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생산량은 늘었는데 흙에서 올라오는 좋은 성분들이 준다는.
이제는 '식품'이 되면서 조건이 완화되었고, 장판을 걷어내어 좀더 질좋은 소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네요.
인터넷에서 찾은 하늬바람님이 소금 기행입니다. 잠시 쉬어가세요.
http://blog.daum.net/sunny38/11775480

집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비금도는 옛날부터 먹을 것이 비교적 풍부했다고 합니다. 저수지가 있어 가뭄 때에도 어느 정도 농사가 가능했고, 바다에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소금은 돈을 벌어들였구요.
몇몇 분들은 정말 오랜만에 방문해서인지, 차 안에서 여기저기 물음이 터져나옵니다. '와 많이 변했네', '저기가 거긴가', '설명좀 해주라' 등등

'섬초 가공'이라고 써 있는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비금도에서 나는 시금치인데, 겨울철을 나야하기 때문인지 땅바닥에 붙어 자라서 옆으로 퍼진 형태라고 합니다.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미네랄이 많이 포함되어 인기가 좋아 값도 일반 시금치에 비해 비싸다네요.
천일염과 함께 비금도의 주소득원입니다. 봄에서 가을까지는 주로 염전과 농사, 가을에서 겨울은 섬초.
함께 갔던 어떤 분이 요즘 비금도 사람들이 돈 좀 벌겠네요라는 말에, 목포의 병원과 나누어 갖는다는 좀 '거시기한' 대답입니다.
염전, 농사 모두 힘들고, 겨울에도 일을 하고, 나이드신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어느덧 비금초등학교에 왔습니다. 집사님은 저에게 당신이 사셨던 신촌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자고 합니다. 학교를 나와 도로 앞에 있는 한 집에 들어갑니다. 일을 나가 사람이 없나 봅니다.
마을 사람 한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계속 길을 갑니다. 특이한 돌담이 보입니다. '저거 신기한데요!' '이런 돌담이 더 많은 마을이 있어요'
1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선생님은 마을에 오지 못하겠더라고 하시네요. 비금도에 와도 마을은 피했다고.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그리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고향은 왠지 허전하다고. 몇 년 전에 헐었던 집터는 밭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아무도 안 살아 집이 흉해지니까 그냥 놓아 둘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신앙 생활을 하셨던 비금덕산교회가 보입니다. 위치를 조금 옮겨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비금도는 기독교의 전래가 비교적 빨랐습니다. 미국남장로교 목포 선교부 소속 멕컬리(H.D.McCalle, 맹현리) 목사님이 1908년 목포에서 10시간 정도 풍선(風船)을 타고 비금도에 복음을 내립니다. 그때부터 신안의 섬들에 기독교가 전래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증조 할머니도 그때 교회를 다니고,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아 자녀들을 교육시켰다고 얘기합니다.

트랙터가 멈춥니다. 깨복쟁이 친구분이라네요. 너무 반가워하십니다. 집으로 가서 쥬스를 내오시네요.
바다에 그물을 쳐 놓았는데, 같이 가보자고 합니다. '서울 촌놈'을 위한 배려입니다 ^^ 선생님도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라고 얘기합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풀고 바다로 나갑니다. 구름과 약간의 안개로 시야가 그리 넓지는 않네요. 우세도로 향합니다. 섬 모양이 소를 닮아, 소가 물에 씻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해 줍니다. 바닷바람에 샤워를 맘껏 합니다.   
부표 근처에서 갈고리가 달린 대나무로 줄을 걸어 끌어 올립니다. 줄을 '한땀한땀' 잡아당기니까 그물이 물위로 올아오고 배는 줄을 따라 앞으로 갑니다.
간재미가 걸렸습니다. 홍어와 비슷한데 작습니다. 날로 먹기는 홍어보다 더 좋다고 하네요. 서태도 보이고, 광어가 올아옵니다. 꽤 큽니다. 이게 바로 자연산 광어겠네요! 고기들이 낯선 배 위에서 펄떡거립니다. 
숭어도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났는지 움직이지 않네요.

섬을 돌아 다음 그물 있는 곳으로. 섬 앞쪽에는 모래사장이고 뒷쪽은 기암과 바위에 있는 소나무가 멋들어집니다. 흐린 날씨와 어울려 동양화가 섬을 둘러 펼쳐집니다.
여기 모래는 성분이 반도체를 만들기에 좋아서 한때 많이 퍼갔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퍼간 자리에 다시 모래가 올라오고.
아주 옛날, 선생님이 이곳에 임용되어 1년 동안 5명의 아이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입니다.
그때 비금도에서 이 섬으로 가려면 노젓는 배를 탔다고 하네요.

다시 한번 바다는 자신이 길렀던 아이들을 기꺼이 내어줍니다. 간재미, 광어, 서태, 게... 갑오징어도 올라옵니다. 날치, 예쁜 색깔의 '날개'가 옆에 있네요. '삼식이'라고 하는 못생긴 고기도. 이번에 잡힌 숭어는 살아 힘차게 몸을 튕기네요. 도시 아이들이 이런 것을 보면 좋을 것 같은데...
( 명함을 한장 받았는데, 혹시 비금도에 가셔서 낚시 하거나 우세도 구경 하실 분은 여기에 연락해 보세요 ☞ 낚시 가이드 / 최준섭 / 017-631-5348  )

조금 때인데 꽤 많이 잡혔다고 합니다. 비금도로 배를 돌립니다.
선착장을 위해 쌓은 방파제가 있는데, 주위가 나빠졌다고 하네요. 편리함과 자연스러움은 반비례하나 봅니다.

친구분이 집에서 회를 떠 주시네요. 광어와 숭어. 처음 먹어보는 숭어회의 쫄깃함이 입맛을 다시네요. 주문진에선가 먹었던 고등어회의 쫄깃함을 기억나게 합니다.
대파를 썰어 된장에 찍어 회와 함께 먹는 것이 독특합니다. 싱싱한 파의 향기와 맛이 입에 여운을 남깁니다.
전화로 다른 친구분들을 부릅니다. 선생님도 아시나 봅니다. 모르는 분은 동네와 누구누구 한두 번 하면 연결이 되네요.
유기농쌀 재배에 대한 얘기가 중간에 나옵니다. 공무원들을 장려만 하고 홍보나 파는 것은 도와주지 않아 힘들다고. 신안군에 있는 학교 급식에만 공급할 수 있어도 걱정 없을 거라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기농을 하면 정말 무공해 친환경 쌀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네요. 수도권 근처는 일단 물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염되어 있겠죠. 공기도 그렇고.
이곳 분들은 '꼬사리를 끊는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뭐지?' 했는데, 고사리를 채집하는 거네요. '고사를 꺽는다'라는 말도 있네요.
요즘은 비금도에 오는 외지인들이 산에서 고사리를 너무 많이 따가서 입산금지까지 시킨다는...

함께 비금도에 왔던 사람들에게 돌아갈 시간입니다. 친구분이 집사님에게 잡아온 간재미를 싸 주시네요. 수놈은 가시가 있는 부분을 손질해서.
'What friends are for...' 친구의 마음입니다.

학교에 돌아왔는데 파장 분위기네요. 행사는 다 끝났고 동기별로 가거나 동네별로 '2차'를 하러 간 것 같습니다.
친구분이 숙소까지 태워주십니다.
가는 길에 원평해수욕장과 명사십리를 거칩니다. 모래가 곱고 백사장이 단단합니다. 경비행기가 착륙한다고 하네요. 어두워서 전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전 보스턴 여행 때 밤에 친구가 대서양을 보여준다고 데려가준 일이 생각납니다.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처음인 것 같네요. 풍력발전기 세 대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신안군 전체에 공급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바다에 2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고.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꽤 큽니다. 작년에, 올해 숙소와 꽤 떨어진 이세돌 기념관에서 잤을 때도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섬과 잘 어울리지 않는 풍경입니다.
선생님과 조금 더 얘기하다가 잠을 청합니다.

** 5월 11일(수) - 면민의 날
아침 6시쯤 일어납니다. 선생님이 창문 밖 경치를 보라고 하시네요.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바다 경치. 어젯밤에 어두워서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산책을 하기로 합니다. 비가 그렇게 많지 않아 해변을 걷는데 별 지장이 없네요. 한쪽 끝까지 가봅니다. 언덕이 가로막는데, 물이 빠지면 아래로 백사장이 나타나고 건너편으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이 섬 해안가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소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하고 분재처럼 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100년이 넘은 작은 소나무들이 많았는데, 업자들이 캐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많이 없나 봅니다.
난의 한 종류인 석곡도 지천으로 있엇는데 이제는 거의 없다고.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요즘은 보호를 한다네요.

또 다른 친구분이 에스코트하러 오셨습니다. 농협 마트에 가서 면민의 날 마을 행사에 사용할 음료수를 삽니다. 마트에서 할머니 한분이 선생님에게 알은체를 하십니다. 깜짝 놀라며, 못알아뵈었다고 얘기하십니다.
친구분은 우리를 식당에 내려다주고,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음료수를 마을회관에 가져다 놓기 위하여 신촌으로 갑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어제 헤어졌던 분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잡고 비금도의 진수를 맛봅니다.
국 안에 해초가 들어있습니다. 뜸북이와 비슷한 것 같은데, 가사리라고 알려줍니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해서 다른 데서는 먹기 힘들다고. 국물 맛이 좋습니다. 주위분들이 국을 한그릇씩 더 시킵니다.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새로 끓이고 있다네요 ^^;
된장에 박은 고추지, 고사리 나물, 몇가지 더 있었는데...
깍두기모양으로 썰어진 묵같은 것을 권합니다. '바웃'을 채집해서 끓인 후 젤 형태로 굳힌 것인데 비금도의 별미라고 합니다. 깨끗한 바다의 바위에 붙어 있는데 떼어내기도 어렵고 양도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귀한 음식이라네요.
아침을 많이 안먹는데 과식을 했습니다 ^^;

친구분이 태우러 다시 오셨습니다. 일단 집에 들릅니다.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잠시 음료수를 한잔 얻어 마시고, 비금도의 풍광를 보기 위해 나섭니다.
저수지(금천지?)가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크기가 작아서 저수지 앞 마을 사람들만 사용했는데, 지금은 늘려서 다른 마을까지고 농업용수를 공급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넘치면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저수지밖으로 나와서 동네잔치가 된다네요.
산으로 난 도로를 타고 고개를 넘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비구비 산길을 따라 숨겨진 경치가 나타나네요. 비오는 날의 드라이브도 운치가 있습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주위에 색칠을 해 봅니다. 컵홀더에 커피향을 싣고 무반주첼로모음곡을 두르고 차를 타고 싶네요 ^^

하누넘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하트해변'으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좀더 길을 올라가서 보니까 하트모양의 조형물과 전망대가 있습니다. 정말 하트모양이 보입니다. 물이 좀더 차면 하트 둘레가 좀더 부드럽다네요.
비가 오지만 발길과 눈길이 계속 머무릅니다. 조금더 가니까 정자 같은 게 보입니다.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동쪽에서부터 선왕산을 타고 이곳까지 오면서 보는 바다 경치가 매우 멋있고, 날 좋으면 흑산도까지 보인다네요.
고개를 넘어가는데 왼쪽에 '내월우실'이라는 표지가 보입니다. 돌담으로 바람막이를 만들었습니다. 내월리에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들이 많네요. 제주의 돌담과는 또 다르네요. 돌과 돌이 어울림만으로 아름다운 무늬가 나옵니다.

비금과 도초를 잇는 서남문대교를 타고 도초도쪽으로 넘어갑니다. 다리 아래 뱃길이 흑산도로 통합니다. 흑산도에서 목포로 오던 배가 기상이 좋지 않으면 도초나 비금에 머뭅니다.
도초도의 모습이 동그라서일까요, 사람들이 유순한 편이고, 비금도 사람들은 좀 억세다네요. "비금억지, 도초물캐"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의의 라이벌 관계였겠죠. 사돈도 서로 많이 맺었다는. 도초는 판사, 검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시목해수욕장에 들릅니다. 엄마의 품처럼 아늑한 해안입니다.
도초도를 떠나 서남문대교를 지나 비금도로 돌아옵니다. 면민의 날 행사 시간이 가까오네요.
모내기를 할 논들에 물이 조금씩 괘어 있습니다. 조금만 물을 공급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시네요. 농사철 단비입니다.
어디선가 '고운정'(孤澐井) 표지판을 본 것 같은데...
http://blog.naver.com/dmsgml981/30097283685 (고운정 전설... )
선왕산 입구 표지가 보이고, 더이상 쓰지 않는 염전이 있네요. 이런 곳에 함초를 키우려 하나 봅니다. 농협이나 이런 데서 홍보나 판로를 도와주어야 겠죠.
http://blog.daum.net/dudxo12/3622 ( 함초... )

저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입니다. 랜드마크 역할도 하네요.
농협강당에서 면민의 날 행사를 합니다. 이런 행사에 참석해 본 기억이 아득합니다. 앞에 신안군수, 면의 간부(?)들이 앉아 있습니다. 
국민의례가 시작됩니다. 어라, 국기에 대한 맹세가 바뀌었습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대신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로 바뀌었고, '몸과 마음을 바쳐'는 빠졌습니다.
찾아보니 2007년부터 바뀌었습니다. 묵념은 너무 짧아 고개 숙였다 바로 올립니다 ^^;
내빈들의 인사말이 차례로... 지역 국회의원은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인사말을 사회자가 대신 읽습니다 ^^;
군수님이 신안군의 이런저런 '발전'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해남 안좌의 해저 전력 송신 케이블, 섬들을 육지와 이어주는 다리 사업, 풍력발전소...
올해는 예산이 좀 빠듯하다는... 300억짜리 청사 때문에. 최근 지방자치의 문제거리죠. 자치단체장의 치적 사업, 공무원과 건설업자들은 좋고 - 지역 사람들이 세금으로 메워야하고 ^^
아름다운 부부상, 효행상 등을 수여하는데 독특하네요. 하지만 서로에 대해 잘아는 작은 지역에서 잘못 주면 뒷말이 많겠져!
비가 와서 면민이 한자리에 다 모이지 못하고 마을 단위로 모여 잔치를 합니다.

일행들과 헤어져 선생님의 마을로 갑니다.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가자 마을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반겨주십니다. 고향입니다.
마을 사람 전체가 이제 5,60명 정도밖에 안되나 보네요. 그리고, 가장 젊은층이 바로 올해 환갑을 맞는 선생님의 두 친구분들입니다. 고향이 점점 사라져 갑니다.
선생님이 얘기를 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십니다. 어른들을 보자 어머니 생각이 나셨네요. '저분들 사이에 어머니가 계셔야 하는데...'
아침 먹은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또 상을 받았습니다. 간재미 무침, 홍어회, 민어찜, 가오리찜... 된장을 푼 국에 소고기와 해초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민어찜을 먹어 보라고 하시네요. 담백합니다. 찌면서 사라진 맛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해물은 날것 체질인가 봅니다 ^^;
떡이 참 맛있습니다. 찰지고, 안에 든 팥고물이 짱입니다. 배가 불러 더 먹지 못합니다.

배 시간이 되어 일어섭니다. 마을분들이 선생님에게 앞으로는 자주 오라고 하시고, 선생님은 그러겠다고 하시네요.
선착장까지 가는 길에 떡메산, 성치산성 등 비금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주십니다.
목포까지 타고갈 배는 '비금농협'에서 운행합니다. 비금도에서 나갈 산물이 많아지니까 따로 배를 마련했다네요. 덕분에 어제 타고왔던 페리호의 독점이 깨지면서 서비스도 조금더 나아진다는. 하지만 이 배는 다른 섬들은 들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배가 비금도를 뒤로 하고 목포로 향합니다. 배 안에서 갑오징어회, 병어회, 삶은 돼지고기를 내옵니다. 먹을 것의 연속입니다.
비가 계속 오네요. 비 때문에 안개는 없어 어제보다 시야가 넓습니다.
선실에 있는 것이 아까워... 배 뒤쪽에 지붕이 가려져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서서 주위를 봅니다. 상쾌합니다. 갑갑한 사람들이 한둘씩 선실을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안좌도와 팔금도를 지나 시아바다로 나오면서 뒤쪽에 세개의 언덕(?)으로 이어진 작은 섬이 보입니다. 어제는 보지 못했는데. 삼형제가 비금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나 봅니다.
조금더 가자 아득한 수평선도 보이고, 신기루의 느낌도 들고. 주위에 있는 것을 놓치기가 아쉬운 마음으로 눈길을 폅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최근에 비슷하게 경험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성질'이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며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쓴뿌리'가 남아 있었네요. 또 한번 하나님 앞에서 겸손할 때인 것 같습니다.
총무님이 담배를 태우러 나오셨습니다.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인사를 건네자, '총무는 오랜 동안 신경쓰느라 힘들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으십니다.
선생님이 '다 덕을 쌓는 것이다'라고 위로하십니다. 작년에 선생님도 비금초등학교 문집만드느라 정말 고생했다는 얘기와 함께.
어떤 모임이 이루어지려면 정말 보이지 않게 애를 쓰는 분들이 있어야 합니다. 잘되면 본전인 일들... '고향'이라 할 수 있었겠네요.

다시 섬들이 보이고, 목포에 가까워졌습니다. 섬들 사이를 빠져나가는데 어제와 조금 항로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목포대교가 다른 방향에서 보입니다. 여객선 터미널이 아니라 북항으로 들어갑니다.
어제 타고왔던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변산반도 근처에서 저녁으로 죽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서울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고속도로 휴게소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고창고인돌 휴게소에 잠시 들러 기지개를 한번 폅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구름이 엷어지고 비도 그치네요. 유리창 청소를 한것처럼 저 멀리가 깨끗하게 보입니다.
휴게소에 미리 주문을 한다고 메뉴정하기를 합니다. 늘 그렇지만 한번에 끝나지 않네요. 세번쯤 하니까 음식과 사람 숫자가 맞습니다 ^^;
중간에 총무님이 '전기'에 관한 상식으로 장시간 버스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시네요. 송전탑, 송전선로, 지하철과 KTX의 송전, 원자력발전소와 양수발전소. 질문이 들어옵니다. 흥행 성공 ^^

안 막히고 잘 왔네요. 입장 휴게소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고 남은 음식들을 '디저트'(?)로 먹습니다.
다시 서울로 출발. 무사히 사당역에 9시쯤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 어디까지 가봤니?' 지도에 한점을 더 찍었습니다.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고향'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일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만 만났던 선생님이 조금더 가까와졌네요 ^^  

※ 다른 '생활의발견' 보기...
http://ya-n-ds.tistory.com/tag/생활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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